어째서 이토록 많은 행복이 갈기 갈기 찟어져야 하는지요?
다비드 카야(David Khayat)
암 전문의
나의 하느님.
저는 젊은 여인이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방을 나옵니다. 그녀를 잠식해 들어 가고 있는 병은 그녀에게 아무런 희망도 남겨놓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조용히 가슴에서 간으로, 뼈로, 폐로, 뇌로 침투해 들었습니다. 그녀의 삶을 침범하고, 미래를 침범하고, 모든 희망에 문을 닫아 걸고, 나아가 그녀가 어머니로서, 여성으로서 품은 계획들을 부수어 버렸습니다.
저는 그 방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루 말할 수 없이 감동한 제 마음만큼은 그곳에 두고 왔습니다. 몇 년에 걸쳐 줄곧 병마와 싸워온 그 여인의 용기에 감동한 마음 말이지요. 그 세월 동안 여인은 온갖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 그리고 치유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서 제가 하자고 제의한 절개수술까지 모두 감내해냈습니다. 그녀는 나을 거라는 순진한 희망을 품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겉치레 웃음을 띠지도 않았습니다.
그녀가 제게 물었습니다. “제 아이들이 크는 걸 볼 수 있을까요?” 전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 사이에서 어찌해야 할지 몰랐던 거지요.
저는 그 방을 나왔습니다만 제 희망만큼은 그녀 곁에 남겨두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이 크는 걸 결국 보지 못하겠지요. 어쨌든 그녀가 원하는 만큼, 제가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은 말입니다.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 어째서 이토록 많은 행복이 갈기 갈기 찢어져야 하는지요? 그녀의 아이들에게는 무어라고 말을 해야 하나요? 그녀의 남편에게는 또 무슨 말을 할까요? 그녀를 사랑한 모든 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하나요? 나의 하느님, 당신께서는 제게 알고 이해할 능력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이 여인을 구할 수 없다면 이토록 엄청난 슬픔을 피할 수 없다면 제 능력이 다 무슨 소용이랍니까?
당신께서는 제게 힘을 주셨습니다. 무시무시한 무기라 할 강력한 약이 주는 힘이지요. 그런데 그 힘이 지금 꺼져가고 있는 이 생명을 연장시키지 못한다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제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입니까? 차가운 병원 담장 안에서, 연구실에서 혹은 더 멀리 고통이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메마른 사막에서 타인들을 위해 싸우는데 힘쓰는 모든 사람들의 삶의 의미가 무엇이란 말입니까?
나의 하느님,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살인을 하고, 강간을 하고, 학살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렇게 숱한 야만 행위들이 행해지고 있는데 우리가 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보낸 시간과 쏟아 부은 에너지가 무슨 가치가 있는지요?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생명들이 정신 나간 사람들의 총격이나 기관총 사격에 꺼져가고 있는 마당에 우리의 투쟁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나의 하느님, 제게 믿을 힘을 주소서. 그녀를 위해서도, 내일 올 모든 이들을 위해서도 믿을 힘을 주소서.
나의 하느님. 저는 희망할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희망할 이유가 없다면 왜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단 말입니까?
이것이 제 기도의 전부입니다. 예전엔 인간을 믿었지만 오늘날엔 더 이상 아무 것도 믿지 않으며, 예전엔 과학에 희망을 두었지만 오늘날엔 과학을 의심하고, 예전엔 당신을 믿었다가 오늘날엔 당신께서 존재하시는지 묻고 있는 저의 기도입니다.
(필자는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암 전문의)
어째서 이토록 많은 행복이 갈기 갈기 찟어져야 하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