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Emperor)
오랜만에 일본을 주제로한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한동안 태평양전쟁과 진주만 폭격을 주제로 하여 미군과 일본 여성의 로맨스를 약념으로 버무린 영화들이 심심찮게 제작되어 오다가 그동안 뜸해졌었는데 이번에 영국의 Peter Webber 감독이 아카데미 남자주연상을 받은 Tommy Lee Johnes와 Mathew Fox를 주연으로 또 다른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제작, 지난 3월 8일 미 전역에서 개봉되었다.
이번에도 군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한 미군과 일본여성의 로맨스가 어김없이 나오지만 전장에서 서로 치고 받는 전쟁영화와는 달리 2차 세계대전후 중요한 시기에 미국과 일본 사이에 있었던 미묘하고 의미깊은 역사적 사건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천황 히로히도가 무조건 항복을 하자 맥아더 장군은 승전국의 사령관으로, 점령군의 책임자로 일본에 진주한다.
오만하면서, 자존심이 강하고 성질이 급하며 야망이 큰 맥아더 장군은 또한 정복된 일본인들을 존중하고 품위있게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생각을 가진 교양있는 군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나라 국민사이의 문화의 차이는 해소하기가 힘들었다. 맥아더가 점령군 사령관으로 히로히토 천황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마주 서서 눈과 눈을 맞추면서 손을 흔들며 당당하게 악수를 나누었으며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맥아더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요 히로히토 역시 별로 개의치 않는듯 했지만 천황을 신(神)으로 받들던 일본사람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신성모독이였다.
맥아더 장군의 첫번째 임무는 전쟁범죄자를 발견, 처단하는 것이다. 그는 최측근인 휘하의 Fellers 장군에게 천황 히로히토의 전쟁범죄여부를 조사하라고 명하면서 어디까지나 확실한 증거에 의해 판단하라고 명한다. 천황이 진주만 공격을 직접 명하였는지 아니면 평화주의자였지만 군부의 압력에 할수 없이 개입하게 되었는지 등을 조사하여 그의 처형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10일이라는 사실이다.
Fellers장군은 1940년경, 전쟁의 암운이 짙어지던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을 방문한 당시 교사였던 Aya란 일본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눈 경험이 있다. 미, 일간에 전쟁이 터지면서 연락이 끝겼고 지금은 생사여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러한 교제를 통해서 Fellers는 일본의 문화와 일본인들의 정서를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천황을 전범으로 처형하면 일본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리라는 것, 맥아더의 천황에 대한 태도가 일본사람들에게는 무례한 것으로 이해된다는 것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전범으로 처형될 사람은 천황이 아니라 뒤에서 밀어붙였던 수상인 도죠라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긴급한 상황가운데 전쟁의 책임을 다른사람에게 넘기는 인상을 주는 않으려 분명한 대답을 피하는 황제, 대통령의 꿈을 꾸면서 워싱톤 정가의 강경파들의 주장에 신경을 쓰는 맥아더를 설득하면서 평화롭게 일본사회를 안정시키려 애쓰는 휄러스 장군, 그의 역활이 어디까지가 역사적인 사실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맥아더의 역사적인 사진을 떠오르게 하면서 역사의 한 장을 생각케 하는 영화이다. 휄러스와 아야의 연애장면이 회상형식으로 흥미를 더해 준다.
상영시간은 1시간 38분,
황제(Emper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