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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  
<늘푸른나무/문화산책/이달의 영화/2021년 4월>

영화 ‘노매드랜드’(Nomadland)

“정처 없이 떠돌아도 이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 아카데미상 놓고 ‘미나리’와 각축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21년, ‘차박의 시대’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한 캠핑을 즐기고 있다. 주말이면 공기 좋고 물 좋은 산과 바다로, 바퀴 닿는 곳이면 어디든 떠나 치유의 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이 ‘차박’이 여가생활이 아닌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면 과연 ‘펀’(fun, 즐거움)할 수 있을까. ‘펀’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올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미나리’의 최고 경쟁작으로 주목받는 영화 ‘노매드랜드’ 이야기다.

지난해 9월 막 내린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대상격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노매드랜드’가 4월에 개봉한다. ‘파고’(1997)와 ‘쓰리 빌보드’(2018)를 통해 두 차례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제작과 함께 또다시 인생 연기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연출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 역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과 수상을 놓고 격돌해 주목받고 있다.

작품은 일자리가 사라져 사람들이 모두 떠나 폐허가 된 마을에 거의 유일한 주민인 ‘펀’(프랜시스 맥도먼드 분)이 한 창고에 자신의 살림살이를 맡기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사별한 남편의 옷 냄새를 맡으며 잠시 슬픔에 빠져있던 그녀는 이내 창고 문을 걸어 잠그고 숙식할 수 있도록 개조한 밴에 필요한 가재도구만 싣고 마을을 떠난다.

이때부터 그녀는 일자리를 찾아 유랑하는 자동차 유목민(노마드, Nomad)이 된다. 펀은 ‘아마존’ 같은 대기업의 물류창고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캠핑장 이용료를 내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밤이면 찾아오는 지독한 외로움과 비좁은 차에서 잠을 자는 것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한파라도 찾아오는 날에는 그 고통은 배가됐다.

그러다 함께 일하던 동료를 통해 슬기롭게 유랑하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밥 웰스’를 알게 되고 그의 유랑자 모임에 합류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정처 없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알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직장에서 잘린 후 모든 것을 잃고 생을 마감하려다 반려견 때문에 마음을 고쳐먹고 여행에 나선 사람, 동료의 죽음으로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길 위에 오른 사람, 부모와 함께 여행에 나섰으나 둘 다 암으로 잃고 혼자가 된 사람,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멋지게 삶을 마무리하고자 차를 끌고 나온 사람 등 사연도 제각각이다. 펀은 이들에게서 생존을 위한 다양한 팁을 배우며 유목민으로서 한 단계 성장한다.

길 위의 만남은 이별로 이어지고 다시 혼자 남은 펀. 그녀는 본격적인 자동차 유목민으로 미 전역을 떠돈다. 낮에는 일을 하고 오후와 주말에는 그 지역 명소를 돌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힌다. ‘데이브’라는 또 다른 방랑객과 묘한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펀을 유목민으로 만든 삶은 그녀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녀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밴이 망가진 것이다. 이로 인해 그녀는 유랑생활의 지속 여부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펀이 선택한 노마드의 길이 편하지 않다. 좁은 밴에서 바구니에 볼일을 보고, 몸을 구겨서 자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을 비롯한 유목민들은 저마다의 신념으로 이를 이겨낸다. 그들은 지독한 자본주의로 인해 ‘광란의 땅’(mad land)이 된 미국이 낳은 피해자들이지만 “이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지, ‘광란의 땅은 아니야’(No mad land)”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를 증명하듯 카메라는 인간의 자본에 물들지 않은 미 곳곳의 자연풍경을 쫓는다. 펀의 시선을 따라 끝없이 바다가 펼쳐진 캘리포니아 해안도시, 거대한 나무들로 가득한 핸디우즈 국립공원 등을 바라보면 이 세상은 험난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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