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5년 1월>

셀마(Selma)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생일을 앞두고 1월 9일부터 미 전역에서 개봉된 <셀마(Selma)>는 50년 전 1965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제임스 베블, 호세아 윌리암스 그리고 죤 루이스 등 남부흑인민권운동 지도자들이 흑인들의 동등한 투표권을 확보하기 위해 벌렸던 알라바마 주의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의 행진’과 그 후 The Voting Rights Act 가 의회에서 통과되어 죤슨대통령이 서명하기까지, 90여일간의 죤슨 대통령과 당국과의 담판과 협상과정을 통하여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참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주는 영화다.

폴 웹이 각색하고 흑인 여성감독인 아바 두버네이가 감독한 이 영화는 자칫 다큐멘타리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많은 소재를 잘 소화하여 아직까지 헐리웃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지 못한 킹 목사의 생애를 단편적으로나마 인상깊게 다루면서 킹 목사의 여러 면모들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하였다는 평가이다. 반면에 역사적인 정확성이 결여되었다는 비판이 죤슨 대통령의 주변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투표권이 무엇인가?하고 의아해 할 오늘날의 관객들을 위해 감독은 친절하게 제작자로 참여한 오프라 윈프리를 등장시켜 당시 킹 목사를 중심으로 민권운동가들이 벌였던 투쟁의 초점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1960년 대 중반. 알라바마 주의 셀마에 사는 흑인 여성 애니 리 쿠퍼(오프라 윈프리 역)는 유권자 등록을 하기 위해 등록심사관 앞에 섰다. 필요한 서류들을 다 제시하고 마지막 심사 인터뷰. 백인 심사관은 인상을 쓰면서 “알라바마 주의 카운티 재판관이 몇 명이지?” 하고 묻자 쿠퍼는 “67명입니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이름들을 외워봐”라고 말하고는 머뭇거리는 그녀의 등록서류에 ‘불합격’이라는 도장을 꽝 찍는다.

극단적인 인종주의자 죠오지 왈라스가 주지사인 알라바마에서의 이러한 불평등을 연방차원에서 시정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킹 목사를 중심으로한 흑인 지도자들은 “셀마에서 알라바마주의 수도인 몽고메리까지의 행진”을 계획, 주정부 경찰들의 난폭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세 차례에 걸쳐 강행하는 한편 킹 목사는 ‘위대한 사회’를 구호로 내건 죤슨대통령과 담판과 협상을 거듭하면서 ‘The Voting Rights Act’를 끌어내어 의회에서 통과되도록 하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과정가운데서 여러가지 음모들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킹 목사에 대한 협박과 음해가 부각돼는가 하면 위대한 지도자로서의 당당한 모습과 함께 그의 여린 모습들도 보여주고 있다.

백악관에서 죤슨대통령과 담판하면서 함께 고성을 지르는 당당함과 함께 투표권이 밥 먹여주느냐? 빈곤문제가 먼저다.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협상보다 보다 과격한 저항을 해야한다는 동료들 특히 젊은이들의 독촉에 고민하는 그의 모습과 한밤중에 복음성가 가수인 마하리아 짹슨에게 몰래 전화를 걸어 심적으로 매우 힘든상태에 있으니 “진실하신주, 내 손을 잡아 주소서’란 성가를 불러달라며 전화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 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흑인 대통령 아래 살면서 ‘투표권’을 위한 투쟁을 하던 때가 50년 밖에 안되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는가 하면 퍼거슨 사태와 백인경찰학살 사건에 시달리는 오늘의 미국사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Martin Luther King Day’를 맞아 한번 볼만한 영화이다. 벌써부터 오스카 감독상과 남자 주연상을 점치는 평론가들도 적지 않다.

킹 목사 역에는 영국 출신 흑인 배우 데이빗 오이로우(David Oyelowo)이, 죤슨대통령 역에 톰 윌킨슨, 월리스 지사역에 팀 로스, 코레타 스카스 킹 역에 칼멘 에조고 등이 출연하며 오프라 위프리도 초반에 단역으로 잠간 출연한다. 상영시간은 127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