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 감상   ▒  

새해엔 산 같은 마음으로-이해인  

<늘푸른나무/이달의 시/2011년 1월>

새해엔 산 같은 마음으로-이해인

 

언제 보아도 새롭게 살아 오는
고향 산의 얼굴을 대하듯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는 또 한 번의 새해

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
산처럼 깊고 어질게
서로를 품어주고 용서하며
집집마다 거리마다
사랑과 평화의 나무들을 무성하게 키우는
또 하나의 산이 되어야 하리.

분단의 비극으로
정든 산천, 가족과도 헤어져 사는
우리의 상처받은 그리움마저
산처럼 묵묵히 참고 견디어 내며
희망이란 큰 바위를 치솟게 해야 하리

어제의 한과 슬픔을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내며
우리도 산처럼 의연하게
우뚝 서 있어야 하리

우리네 가슴에 쾅쾅 못질을 하는
폭력, 전쟁, 살인, 미움, 원망, 불신이여 물러가라
삶의 흰 빛을 더럽히는
분노, 질투, 탐욕, 교만, 허영, 이기심이여 사라져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디선가 흰 새 한 마리 날아와
새해 인사를 건넬 것만 같은 아침
찬란한 태양빛에 마음을 적시며
우리는 간절히 기도해야 하리

남을 나무라기 전에
자신의 잘못부터 살펴보고
이것 저것 불평하기 전에
고마운 것부터 헤아려 보고
사랑에 대해 쉽게 말하기보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날마다 새롭게 깨어 있어야 하리
그리하여 잃었던 신뢰를 되찾은 우리
삼백예순다섯 날 매일을
축제의 기쁨으로 꽃피워야 하리

색동의 설빔을 차려 입은 어린이처럼
티없이 순한 눈빛으로
아웃의 복을 빌어 주는 새해 아침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대하듯
언제 보아도 새롭고 정다운
고향 산을 바라보며 맞이하는 또 한 번의 새해

새해엔 우리 모두
산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리
언제나 서로를 마주보며
변함없이 사랑하고 인내하는
또 하나의 산이 되리.

*1987년을 맞이하며 드린 이해인 수녀의 기도가 2011년 새해 아침에도 절절하게 우리 가슴에 다가옵니다. 지난 4반세기, 우리 주변에서는 무척 빠르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것 같은데 새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이, 어쩌면 그렇게도 변함 없이 한결같을 수 있을까? 놀라운 가슴을 진정시키며 투병중인 이해인 수녀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48   조병화의 <해마다 봄이 되면>  2853
47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2207
46   새해엔 산 같은 마음으로-이해인  6023
45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네 걸어두고-이외수  1710
44   가을 산-용혜원  1427
43   기도할 때 내 마음은-이해인  2051
42   다시, 자유여- 이철범  2052
41   무명 학도병이 어머님께 쓴 글  1976
40   다부원에서-조지훈  4711
39   오월에-용혜원  1757

ⓒ Copyright 1999~   TECHNOTE-TOP / TECHNOTE.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