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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붓-김 남 주  
<늘푸른나무/문화산책/이달의 시/2022년 3월>

독립의 붓-김 남 주

독립의 붓을 들어 그들이
무명베에 태극기를 그린 것은
그 뜻이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그 뜻
밤을 도와 살얼음이 강을 건너고
골짜기를 타고 험한 산맥을 넘고
집에서 집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민족의 대의를 전한 것은

일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일어나고
열 사람이 일어나고
천 사람 만 백성이 일어나
거센 바람 일으켜 방방곡곡에
성난 파도 일으켜 항구마다에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
목메이게 한번 불러보고 싶었던 것이다
빼앗긴 문전옥답 짓밟힌 보리와 함께 일어나
빼앗긴 금수강산 쓰러진 나무와 함께 일어나
왜놈들 주재소를 들이치고 손가락 쇠스랑이 되어
왜놈들 가슴에 꽂히고 싶었던 것이다

동해에서 서해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삼천만이 하나로 일어나
벙어리까지 입을 열고 일어나

우렁차게 한번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

(김남주·시인, 1946-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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