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의 하늘-박 두 진  
<늘푸른나무/문화산책/이달의 시/2021년 3월>

3월 1일의 하늘-박 두 진

유관순(柳寬順)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3월 하늘에 뜨거운 피 무늬가 어려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대지(大地)에 뜨거운 살과 피가 젖어 있음을 알았다.
우리들의 조국은 우리들의 조국,
우리들의 겨레는 우리들의 겨레,
우리들의 자유는 우리들의 자유이어야 함을 알았다.

아,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유관순 누나로 하여 처음 나는
우리들의 가슴 깊이 터져 솟아나는,
우리들의 억눌림, 우리들의 비겁을
피로써 뚫고 일어서는,
절규하는 깃발의 뜨거운 몸짓을 알았다.

유관순 누나는 저 오를레앙 쟌다르크의 살아서의 영예,
죽어서의 신비도 곁들이지 않은,
수수하고 다정한, 우리들의 누나,
흰 옷 입은 소녀의 불멸의 순수,
아, 그 생명혼의 고갱이의 아름다운 불길의,

영웅도 신(神)도 공주(公主)도 아니었던,
그대로의 우리 마음, 그대로의 우리 핏줄,
일체의 불의와 일체의 악을 치는,
민족애의 순수 절정, 조국애의 꽃넋이다.

아, 유관순 누나, 누나, 누나, 누나,
언제나 3월이면, 언제나 만세 때면,
잦아 있는 우리 피에 용솟음을 일으키는
유관순 우리 누나, 보고 싶은 우리 누나.
그 뜨거운 불의 마음 내 마음에 받고 싶고,
내 뜨거운 맘 그 맘속에 주고 싶은
유관순 누나로 하여 우리는 처음
저 아득한 3월의 고운 하늘
푸름 속에 펄럭이는 피깃발의 외침을 알았다.

(박두진·시인, 1916-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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