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오세영  
<늘푸른나무/문화산책/이달의 시/2020년 11월>


11월 /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 보면
다들 떠나 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오세영(吳世榮, 1942- )전북 영광 출생, 1965년에《현대문학》에 〈새벽〉이,1968년네〈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한국시인협회상, 소월시 문학상,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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