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황인숙  
<늘푸른나무/문화산책/한국시 감상/2020년 6월>

말의 힘-황인숙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 보자. 맞아보자. 터트려보자!


*이문재의 한마디- 책의 시대는 갔다고, 활자의 영향력이 형편없어졌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시를 소리 내어 읽어보시기 바란다. 단어들이 즉각 즉각 어떤 이미지를 불러오지 않는가. 머릿속에서 느낌표들이 비눗방울처럼 터지지 않는가.
이 시를 읽고도 문자의 시대는 갔다고, 말에는 힘이 없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아침마다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아니, 크게 소리쳐 보자. (이문재 엮음 <꽃이 져도 너를 잊은 적 없다>(이레)에서)


*황인숙(1958년 ~ )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문학지성사, 1988) > 을 위시해 여러 권의 시집을 출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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