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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오세영  

<늘푸른나무/이달의 시/2014년 11월>

11월 -오 세 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오세영·시인(1942- ) 전남 영광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1965년 시 <새벽>으로 현대문학지의 추천을 받아 등단. 시집 <반란하는 빛>,<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고 '소월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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