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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편지-박송죽  

<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3년 9월>

가을 편지-박송죽

접어둔 내 기도 속에
오늘은 편지를 씁니다.
모진 병을 앓다
일어나는 세상 빛을 안고
후련히 울고 싶은 뜨거움을 삭혀가며 글을 씁니다.

쓰리고 아픈 상처의 통증보다
더 견디기 힘든 이 고통,
목이 타는 갈증으로
당신을 부릅니다.

출발이 끝이고
끝이 출발이게 하는 당신,
새날의 시작같이
안간힘 쏟는 시든 영혼
부축하여 일으켜 주시어
영원히 살아 남을
당신 안에서 이 가을날
빈 광주리로 당신 앞에 선
부끄러운 내가 되지 않고
햇과일 같은 싱그러움으로
곳간마다 채워드리는
땀방울의 가치를 깊이
깨닫게 하소서.

보이지 않게 오시어
시든 나무 물 오르게 하시는
생명의 주인이신 당신
당신 가지에 매달린
살아있는 열매이게 하소서.

*박송죽 님은 197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활발한 시작활동과 함께 부산지역에서 문학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카톨릭 문학활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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