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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원에서-조지훈  

<늘푸른나무/한국 시인들의 시/2010년 6월>

다부원(多富院)에서 -조 지 훈

한 달 농성(籠城)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 공방의 포화가
한 달을 내려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 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 .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의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세칭 청록파 시인으로 잘 알려진 조지훈 님(1920-1968)은 <문장>을 통해 등단하였다. 5권의 시집 외에도 유명한 <지조론>을 위시해서 <돌의 미학>, <시와 인생> 등으로 동양의 정를 한국의 민족정서로 정립시켰다. 6.25 동란 때 종군했던 필자의 당시 작품으로 <사상계>(1968년 1월호)에 수록되었다.

* *‘다부원’은 낙동강 상류의 조그마한 마을로 거기서 남,북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다부동의 방어로 대구를 지킬 수가 있었고 9.15 인천상륙작전에 맞추어 반격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경북 칠곡군의 다부동전적지와 수십 번 공방전이 벌어졌던 유학산 일대의 변화된 모습이다. 독특한 ‘탱크’ 모양의 다부동전적비와 6.25당시 직접 종군했던 시인 조지훈이 8월의 치열한 공방전을 끝낸 후 9.26일 참상의 현장을 찾아 지었다는 ‘다부원에서’의 시비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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