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 감상   ▒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이어령  

<늘푸른나무/이달의 시/2010년 4월>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이 어 령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숟가락 두 개만 놓을 수 있는
식탁만한 집이면 족합니다.
밤중에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구름이 보이는
구멍만 한 창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비가 오면 작은 우산만 한 지붕을
바람이 불면 외투자락만 한 벽을
저녁에 돌아와 신발을 벗어놓을 때
작은 댓돌 하나만 있으면 족합니다.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당신을 맞이할 때 부끄럽지 않을
정갈한 집 한 채를 짓게 하소서
그리고 또 오래오래
당신이 머무실 수 있도록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게 하소서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 집을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이어령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문학세계사 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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