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8년 7월>

전폐의(錢幣議)-정 약 용

우리나라가 똔을 쓰게 된지가 이제 백년 남짓하다. 대체로 편리한 것이 많고 불편한 것이 있다면 한,두 가지에 불과하다. 옛적에 돈을 쓰지 못했을 때에는 불편하다기보다도 동(銅)이 없었던 것이고, 동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실상 주동(鑄銅)의 기술이 없었던 것이다. 그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관(譯官)을 통하여 중국에 가서 배워 와야 할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니어서 수개월이면 만족할 것인데 무었때문에 돈에 탐리(貪利)의 폐단이 있다고 하여 그 모양을 축소하려고 하는가? 구대에 통용되었던 돈이 근대의 것보다 더 안전하여 더 오래 보전하였던 것인데 근대의 돈은 가만 놓아두면 녹이 쓸어 오래 쓸 수가 없고 가지고 다니면 곧잘 파손되어 아주 쓰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백년이 못되어서 나라가 무전(無錢)의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이미 돈이 없으니 다시 돈을 만들려면 그 비용이 많이 나갈 것이다. 이제 마땅히 완전하지 못한 전화(錢貨)새로 주조(鑄造)하여 좀 더 크게 만들어 십전이 일전이 되게 하여 일전으로 십전을 당하게 하고, 또 백전으로 일전이 되게하여 일전으로 백전을 당하게 하면 백성은 별로 손실이 없을것이고 동시에 전제(錢制)를 용이하게 변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두 가지의 이익이 있다. 

하나는 오래 쓸 수 있는 이익이고 하나는 절용(節用)이 되는 이익이다. 대가 인정이 적은 것은 수월하게 생각하고 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하나의 엽전(葉錢)에 있어서 그 앞면이 엷고 작으면 절제하지 않고 마음 놓고 쓰지만 그 엽전의 앞면이 거대하면 바꾸어 쓰기가 불편할 것이다.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국민의 이익은 실상 큰 것이다. 그리고 구대에 이미 사용했던 대엽전(大葉錢)도 없애지 말고 大商이나 또는 外商으로 하여금 쓰게 하고 지방의 작은 도시에는 소엽전을 쓰게 하면 크그 작고간에 불편한 것이 없을 것이다.

국가에 대한 이익은 거기에만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금은이 적지 않은데 주전할 때에 금은으로 돈을 만들면 대상이나 외상이 우리 금은의 주패를 쟁취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국외교역에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여기서 혹 암암리에 밖으로 흘러나갈? 우려가 있을지 모르나 그 돈 앞뒤에다가 글자를 새기면 제아무리 모리배의 역관일지라도 숨겨가지고 제나라에 가지 못할 것이다. 

해마다 우리의 금은이 중국으로 들어간다. 그것은 중국의 좋은 비단을 가져오기 위한 방법인데 이렇게 하면 금은의 출국이 극히 제한될 것이고 그들의 비단을 얼마든지 무역할 수 있을 것이다. 금은은 萬世가 되어도 소멸하지 않는 것이고 비단은 제아무리 좋아도 1년만 지나면 낡아 해지는 것. 유한의 보물을 내던져 무궁의 실을 가져오고 녹도 쓸지 않는 보배로 낡아빠지기 쉬운 품을 바꾸게 되니 국가에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더우기 외국으로부터 집적거리는 일이 생기면 금은이 아니고서 무엇으로 그들을 달래겠는가?

지금부터 먼저 임금님의 행사에서 사용되는 일체의 비단사용을 금하고 개인들도 비록 혼사라 하더라도 일체의 비단 사용을 금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오는 비단이 일년에 10분의 9는 삭감될 것이다. 비단무역이 적어지면 금은의 세출이 감소되기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자연히 감소될 것이다. 

(茶山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