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13(화)
<선비들의 지혜를 찾아서-동호문답(東湖問答)-이이(李珥)  
<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8년 2월>

동호문답(東湖問答)-이이(李珥)

손님이 와서 말을 한다.

“선비가 세상에 태어나서 나라를 경륜하고 세상을 건지는 데에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마음이나 몸이 동일하게 움직여야 하는 것인데, 어떤 사람은 사회에 진출하여 많은 사람을 건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은퇴하여 세상을 도피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하고 물었다.

주인은 이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한다.

“선비가 세상에 나서서 사람을 건지는 것이 진실로 국건한 의지인 것이다. 물러서서 자신만을 고수하는 것이 어찌 본심이겠는가? 세상을 잘 만나고 세상을 잘 만나지 못한데 있을 뿐인 것이다. 세상에 진출하여 역랑을 발휘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도덕이 높아서 내 임금을 요순(堯舜)과 같은 임금으로 만들고, 내 백성을 요순의 백성으로 만들어 임금을 섬기는 일이나 내 몸을 갖는 일을 모두 정도(正道)에 부합하게 하는 것은 대신(大臣)이라고 하는 것이고, 순경(順境)에 있거나 역경(逆境)에 있거나 나라만을 생각하여 몸을 돌아보지 않고, 어떤 모험도 감행하여 정도에 있어서는 약간의 융통성이 없을지라도, 끝내 사직을 보존할 것을 잊지 않는 것은 충신(忠臣)이라고 하는 것이며, 그 지위에 있어 직책에 충실하고, 그 임무에 있어 기능을 발휘하여 국가를 경륜하는 데는 미치지 못하지만 , 재능이 하나의 직위를 담당할 만하면 그것은 韓信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신이 어진 임금을 만나면 3대와 같은 태평의 시대를 만회하는 것이고, 충신이 나라에 몸을 바치면 위급하거나 멸망할 염려가 없는 것이지만, 간신은 자기가 맡은 일에는 원만하지만 중대한 국가의 책임까지는 감당을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은퇴하여 자신만을 고수하는 것이 또한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로, 세상에서는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를 가졌고 , 세상을 건질 만한 도구를 가지고 있어 그것에 만족한 채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天民(천민)이라고 하는 것이며, 자신의 학문이 부족한 것을 알고 배움을 갈구하며, 자신의 재량이 부족한 것을 알고 재능을 기르기에 힘써 , 역시 기회를 노리고 경솔하게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學者(학자)이고, 고고하고 청렴하여 천하의 일에는 돌아도 보지 않고 조금도 마음을 굽히지 않고 세상을 망각하는 것은 은자(隱者)인 것이다.
천민이 때를 만나면 천하의 백성이 모두 그 덕택을 힘입을 것이지만 학자에 있어서는 제아무리 좋은 시기를 만난다고 하더라도 도(道)에 자신이 없으면 거취를 경솔하게 하지 않는것이다. 그러나 은자는 피세(避世)에만 뜻이 있어서 전연 세상을 모르기 때문에 중용의 도가 아닌 것이다.”

(栗谷全書에서)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 이이는 조선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이다. 호는 율곡이다. 관직은 이조판서에 이르렀다. 시호는 문성이다. 서인의 영수로 추대되었고, 문묘와 종묘에 배향되었다. 생시에 임금님에게 가장 많은 상소를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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