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14(수)
선비들의 지혜를 찾아-리옥설(理屋說)-이 규 보  
<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7년 5월>

리옥설(理屋說)-이 규 보

낡은 집 한채가 있었다.

그 중에 지탱할 수 없게끔 된 것이 세 칸이었다. 나는 마지 못하여 그것을 수리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앞서 장마에 두 칸은 비가 줄줄 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다가 미쳐 수리를 못했던 것이다. 이번 비에 다른 한 칸도 새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기와를 올리려 했다. 그러나 때가 늦었다. 이미 샜던 두 칸은 서가래와 기둥이 다 썩어 하나도 못쓰게 되지 않았는가. 이것을 새것으로 수리하자니 비용이 많았다.

비가 덜 샌 나머지 한 칸은 재목이 아직 완전하여 다시 쓸 수 있으므로 이것은 다행히 비용이 많지 않았다.

나는 이것을 보고 한 가지 느낀 바가 있었다. 우리 인간에 있어서 이미 자기의 잘못이 있는 것을 알고도 빨리 고치지 못하면 비에 썩은 집모양 다시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잘못을 알고 즉시 고치면 해(害)를 받기는 하였으나 다시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 다시 쓸 수 있는 저 집의 재목처럼 말끔하게 될 것이 아닌가.

다만 그것만이 아니다. 한 나라의 정치에 있어서도 또한 그렇다. 백성을 좀먹는 무리들을 내버려 두었다가는 백성이 도탄에 빠지고, 백성이 도탄에 빠지면 나라가 따라서 위태롭게 된다. 나라가 위태롭게 된 뒤에 바로잡으려 하면 썩어 버린 집처럼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삼가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고려의 문신이다. <동국이상국집>으로 유명하였으며, 고주몽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서사시 동명왕편의 저자이기도 하다. 무인집권기의 화를 피하여 살아남은 소수의 문인 중의 한사람이다

(이상국집(理想國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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