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6년 9월>

이익의 <정연(貞燕)>

참판 황응규의 측실 최여인은 품행이 매우 단정하고 또 현명했다. 최여인이 거처하는 방문 추녀에 제비 두 마리가 보금자리를 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뜻밖에 한 마리가 고양이에게 물려 죽었다. 짝을 잃은 제비 한 마리가 둥우리를 뱅뱅 돌면서 날마다 슬피 울다가 , 가을이 되니 그 제비는 제 갈곳으로 가 버리고 말았다.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되었다. 그 제비는 옛 주인을 잊지 않고 찾아왔다. 최여인은 더욱 그 제비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djjfak 후에 과부가 되었다. 제비와 마찬가지로 쓸쓸한 신세가 된 것이다.

그녀는 그 집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무엇보다도 제비를 버리고 가는 것이 섭섭했다. 그러나 제비는 그녀를 따라 이사온 곳까지 찾아왔다. 제비는 다시 보금자리를 치는데 먼젓것보다 아주 규모가 작게 만들었다. 한 마리 이상 더 들어앉지 못할 만큼 협소했던 것이다. 그것은 최여인과 같이 단신이기 때문에 새끼를 키울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었다.

만일 다른 제비가 와서 정신을 소란하게 하면 문득 쫓아버렸다. 그러나 최여인이 손짓만 하면 내려와서 손등에 앉았다. 이처럼 다정하게 지내오기를 십여년 동안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말을 듣고 그 제비를 정연(貞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정절을 지키는 여인과 같은 제비라는 뜻이다. 옛적에 원나라 사람 마 자진은 다음과 같은 <정연기>를 썼었다. <정원(당나라 덕종 연호) 2년에 연나라사람 유씨의 집에 한 쌍의 제비가 깃들고 있었다. 유씨가 하루는 불을 켜들고 벌레를 잡는데 수컷이 놀라 땅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제비는 고양이에게 물려 죽었다. 수컷을 잃은 암컷은 안절부절 못하고 슬피 울면서 먹이를 물어다가 새끼를 먹였다. 그 새끼들은 모두 자라서 나가 버렸다.

홀로 보금자리만 지키고 있다가 가을과 함께 제 갈곳으로 갔다가 봄이 되어 다시 옛집으로 찾아왔다. 내내 짝없이 지내다가 가을이 되면 또 가는 것이었다. 이렇게 6년을 계속했다. 보는 사람이 모두 기특하게 여겼다. 이 제비를 <정연>이라고 하는 것이다. 글쓰는 사람들은 모두 정연에 대한 글을 썼던 것이다.>

이상 마자진의 글을 보면 옛적에도 이와같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대체로 사람은 가식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 마음으로는 명예를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그건 행동을 조롱하는 것이고, 남을 위하여 사는 것처럼 겉모양을 단속하기에 급급한다.

그러나 저 제비는 비록 미물이지만 속과 겉이 따로 있는 사람과는 다르다. 이와같은 제비의 심성은 오직 하늘로부터 받은 천연의 양심이 아닌가 여겨진다. 父子의 사이와 임금과 신하의 사이에서는 대체로 본심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부부간에 있어서는 그와 같은 정절을 찾아보기 힘들다.내가 일찌기 양계를 해 보았는데 그중에서 우정(友情)이 있는 닭을 보았다. 인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 보는이마다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와같은 우계(友鷄)는 옛적에는 없었다. 처음으로 우리집에서 생긴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의형제(義兄弟)와 같은 義가 있다고 찬탄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星湖패설)에서

문화산책/

*이익(李瀷,1681-1763)은 조선 시대 후기의 문신, 사상가, 철학자, 실학자, 역사가, 교육자로 조선 영조때의 남인(南人) 실학자이다. 자는 자신(自新), 호는 성호(星湖)이며, 저서로는 <성호패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