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신책/2013년 5월>

호랑이와 소나기

이 설화는 세계적으로 분포된 ‘도적과 호랑이’의 한국전승 유형이다. 조선 땅에 온 중국의 호랑이가, 사람들이 소나기를 피해서 집으로 들어가 안 나오는 것을 보고 소나기가 무서운 거라고 여겼다. 한편 소도둑이 호랑이를 소인줄 알고 올라탓는데 호랑이는소나기인줄 알고 무서워서 도망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널리 전승되고 있는 ‘호랑이와 꽃감’ 유형에 나오는 호랑이의 미련함과도 유사하다.

도둑놈이 말야, 그 범을 잡아 가두구서 부자가 됐다는 얘긴데, 이 호랑이가 옛날에는 조선은 소국이기 때문에 조선 사는 범은 호랭이라 그러구 대국 사는 호랭이는 범이라고 그랬댑니다. 그래서 이 대국 범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조선땅이 금방석이래는데, 그렇게 좋대는데 말야, 이 조선 땅을 한번 구경해 보구 싶단 말이야. 그래서 인제 불원천릴 떠난거죠.

그래서 이 조선땅에 쓱 건너와서 한 군데 가는데 날이 저물었어. 그래서 한 군데서 밤을 새울려고 앉았는데, 그 여름에 그러니깐 보리타작을 하구 이럴 땐데, 아 앞산에서 떡 바라보고, 마을을 내려다보구 있으니까, 아 보리타작을 하구 말야, 볶아치더니 말야, 천둥을 하고 소나기가 온다구 볶아치구, 온통 소내기가 온다구 볶아치더니, 아 전부해서 훌 말어 가주고 다 들어가더니 문을 잠그구 조용하다 이거야.

‘야, 이거 대국에서두 말야, 내가 최고 무서운 사람인데 말야, 아니 무서운 범인데, 조선땅엘 나오니 소내기란 놈이 이렇게 무서울 수가 있느냐” 이거야.
나도 소나기땜에 죽겠다 생각한 범이 보리타작하던 집의 으지깐(의지할 공간)에 들어가서, 소내길 피해갈려고 들어갔다 이거야. 들어가 가지구 간다는게 하필 소 오양깐엘 갔단 말이야. 그러니깬 이놈의 소들이 눈이 둥그래 가지고 야단이 났지. 범이 들어와서 꼼짝안고 소와 같이 앉아 있으니.

소도둑놈이 지나가다가 이집에 소가 여러마린줄 알고 이놈을 하나 훔쳐가려고 들어가서 손으로 만져보는데, 만져보니까 한쪽 구석에 제일 쎈 놈이 앉아있는데 털이 뭉실뭉실한게 제일 살이 쪘드라 이거야. 그래 이놈의 걸 끌어내는데 이 목달이가 없어. 그래 아무 새끼오래기나 해가지구 이놈을 옭아 가지고 끌어내니깐
범의 생각엔 ‘아이구, 이거 소내기가 왔구나, 큰일 났다.’ 이거야. 갈기를 끌으니 뭐 할 수 없지. 끌려나가니 새끼오래길 목에다 감아쥐더니 아 등에 타구 올라앉더니만 아 내몬다 이거야. 이제 안 갈 도리도 없구, 그래서

‘에이, 쌍놈의 소내기 떨어져라!’

아 여산비호지 뭐. 그저 산으로 내빼는데 이건 비행기보다두 더 빨라. 아, 가만히 이놈이, 소 도둑놈이 타구 보니깐 이건 소가 아냐. 게 털을 잔뜩 움켜쥐구, 떨어짐 죽겠거던 뭐, 잔뜩 움켜쥐구 가만히 죽어라 하구 엎드렸는데, 아 뭐 어떻게 빠른지 도대체 내릴 수도 없구, 이 도둑놈이 타구 보니 소가 아닌데, 호랭이다 이거야. 그래 떨어지면 이놈이 인제 잡아먹을게고. 그래 죽어라고 엎드렸는데 밤새도록 아마 몇 만리를 갔던 모양이야. 가다 보니깐, 한 군데 가다 보니깐 들에서 모를 내는데,

“아, 어떤 놈의 새끼가 호랭이를 타고 간다!”

고 욕을 막 한다 이거야. 자, 여기 떨어져야 되겠는데 떨어질 수가 있나. 그래 한 군데 가다 보니까 큰 나무숲이 있는데 거기다 인제 휘딱 떨어지면서 보니깐 거기 큰 남기, 고목나무가 있는데 아 그 속으로 그냥 쑥 들어갔단 말이야. 아이구, 호랭이는 인제 떼어버렸군 생각하니깐,

‘아이구, 그놈 잘 떨어졌다.’

옛날에는 그 짐승들이 인제 서로 말을 할 땐데, 가다 보니깐 곰이 남구에 올라가 도토리를 꺾어 먹거든, 그래 가다가,

“아이, 난 소내기한테 아주 혼이 났는데 너 거기서 월하니?” 하니깐
“아, 호랑이 아저씨, 도대체 어디 갔다 오십니까?”
“아이구, 말도 마라. 내 조선땅에 나갔다가 이 소내기를 만나 가지고 죽을뻔 하다가 왔는데, 어떻게 . . ..”
“아이구, 호랑 아저씨. 그 소나기가 아니우. 사람인데 가서 잡아먹어야 되우.” 이기야.
“아, 그 어떻게 잡아먹느냐?” 하니깐 이놈도 배가 고팟는지, 사람이니 꼭 잡아먹어야 돼겠다 이거야.
“그럼, 너와 같이 가자.”

그래 둘이서 의논을 했어.

“내가 거기 가서 말야. 남구를 깔구 올라 엎드릴 테니깐 호랑 아저씬 구멍을 디리 파다 그놈이 나오면 잡아잡수시오.” 말야.

그래서 곰과 호랑이가 소도둑이 숨어있는 남구로 가서 곰이 남구를 턱 깔구 올라앉았구 호랑이는 발톱으로 후벼 파는거야. 파면서두 호랑이는 ‘저놈의 소내기가 또 나오면 큰일인데”하면서’ . . .

나무 속에서 소도둑놈이 가만히 쳐다보니깐 큰 망태같은 게 축 늘어져 있는데, 이놈이 곰의 부랄이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깐. 밑에서는 호랑이가 후벼파지, 곰의 부랄은 턱 깔고 있지. 꼭 죽었거든. 틀림없이 죽었다 이거야.. 그래 옛날에는 상투를 트고 다녔는데 상투쫄갱이를 꺼내 가지고 올개미를 만들어 ‘에이야 썅!’ 다짜고차 홀려 잡아채는 거야. 아 그러니깐 곰이 죽을 지경이지. 호랑이가 파다가 곰을 처다보니깐 인상이 틀렸거든.

“야, 너 왜 상이 그러니?”깐
“아이구, 죽겠네.”
“거 봐라 거 봐. 내가 대국에서 아주 나는 놈인데 조선땅에 나와서 소내기한테 맞았는데, 고 봐라. 난 간다.”

소 도둑놈이 ‘에이’ 하면서 바짝 당기니깐 곰이 벌떡 나가 죽어 자빠진다. 나와 보니 산더미만한 곰을 죽여 잡아놨는데 이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들판에 슬슬 내려와 보니 모를 내느라고 사람들이 볶아치는데

“아, 제가 호랭이를 타고 가던 사람인데 곰을 큰 걸 하나 잡아놨으니 저걸 혼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저걸 같이 가서 처치해야 되것소.”

아 그래, 여럿이 가서 곰을 차질을 하고, 그 곰의 웅담은 그놈이 다 빼가지고 가져가고, 그래서 그놈이 소도둑질한 것보다 훨씬 났더래요.

<한국문학총서 3 구비문학(해냄 출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