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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화)
선비들의 지혜를 찾아-정약용의 원목(原牧)  
<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6년 12월>

원목(原牧)-정 약 용

牧者(도백,道伯을 뜻함)가 백성을 위하여 있는가, 백성이 목자를 위하여 있는가? 백성이라는 것은 곡식과 피륙을 제공하여, 목자를 섬기고 또 가마와 말을 제공하여 목자를 보내고 맞는 것이다. 결국 백성은 피와 살과 정신까지 바쳐 목자를 살찌게 하는 것이니 이것으로 본다면 백성이 목자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아니다.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목자가 백성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 세상에는 백성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 무슨놈의 牧民者가 있었겠는가. 다만 백성들이 평화스럽게 한 데 모여서 살았을 뿐이다. 그때 마침 한 사람이 이웃사람과 언쟁을 하다가 해결을 보지 못하고 그들은 공담(公談)을 들어보려고 그 마을 노인에게 달려가서 시비를 판단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로는 온 마을 사람이 모두 그노인을 존경하여 이정(理正)이라고 불렀다. 그후에 여러 마을 사람들이 서로 다투다가 해결을 보지 못하고 그 마을 중에서 재주도 있고 또 학식이 높은 노인을 찾아가서 시비를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여러 부락 사람이 모두 그를 추모하고 존대하여 당정(黨正)이라고 불렀으며, 또 여러 당의 사람들이 서로 다투다가 해결을 못하자? 그 당중에서 가장 인기있고 덕이 있는 노인을 찾아가서 시비를 판단하였다. 많은 당의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여 주장(州長)이라고 불렀다.

이에 여러 주의 장들이 모여 한 사람을 추대하여 장의 자리에 앉히게 되었으니 이것이 국군(國君)이 되었고 다시 여러나라의 군들이 모여 한 사람을 추대하여 장의 자리에 앉혔으니 이것이 방백(方伯)이고, 방백이 모여 한 사람을 추대하여 종을 삼으니 그것이 곧 황왕(皇王_이다. 이 황왕이 이정에서 비롯한 것이니 목자가 백성을 위하여 존재한 것이 아닌가.

이때에 이정은 백성의 여론을 쫓아 법을 마련하여 당정에게 올리고 당정은 백성의 여론을 쫓아 법을 마련하여 주장에게 올리며 주장은 국군에게, 국군은 황상에게 각각 올리므로 그 법이 다 백성을 중심으로해서 제정되었던 것이다. 후세에 와서 한 사람이 나타나 이것을 무시하고 스스로 황제가 되어 자기 아들과 아우를 그 지위에 봉하고 받들어 복종하는 사람을? 제후로 시켰던 것이다. 그러면 제후는 또 제맘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주장을 시키고 주장도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추천하여 당정과 이정을 삼았던 것이다. 이리하여 황제는 자기중심으로 자신에게만 편리하게 법을 마련하여 제후에 내리고 제후 역시 자신에게만 유리한 법을 마련하여 주장에게 내렸다. 주장은 당정에게, 당정은 이정에게, 그와 같이 자기에게만 유리한 모든 규칙을 정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 법이 다 주군을 존중하고 백성을 천대하여 웃사람에게만 아부하게 되었으니 이것은 백성이 목자를 위하여 존재한 것이다.

오늘날에 있어서의 수령은 옛날의 제후와 같은데, 그들의 집과 그들의 차마와 의복과 음식과 죄우에서 시중드는 계집과 종의 무리가 실상 임금을 능가할 만하다. 그의 권능은 사람을 경사스럽고 호화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그의 처형은 사람을 죽이고도 남는다. 이것으로 인하여 거만하게 스스로 크고 스스로 쾌락을 느껴 목자의 사명을 망각하고 한 사람이 어떤 사람과 서로 다투다가 해결을 보지 못하고 그를 찾아와서 시비를 판단해 달라고 하면, 다만 ‘왜 이리 떠드느냐?’ 할 뿐이고, 또 한 사람이 굶어죽으면 ‘너는 왜 목숨을 끊느냐’고 할 뿐 곡식을 방출하여 구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곡식과 피륙을 바치지 못하는 백성이 있으면 매를 대려 피가 흐른 연후에 손을 멈춘다,

그리고 날마다 돈이나 배나 곡식을 계산하고 앉아서 전택을 윤택하게 하여 많은 뇌물을 받아서 다시 권력있는 재상에게 바쳐 사리를 자행하고 있다. 이것을 보고 백성이 목자를 위하여 존재한 것이라고 하니 그것이 어찌 이치에 타당한 말이겠는가? 두말할것없이 목자는 백성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茶山全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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