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이 본 개화기 조선과 조선인들
지난 1월부터 '서양인들이 본 조선과 조선인들'이라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이조말 특히 개화기에 직접 한국을 방문하여 직, 간접으로 조선의 개화에 일조를 하면서 남긴 기록들을 찾아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여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번역, 출판된 것들은 가능한한 그대로 소개하려 합니다.
말콤 펜윅의 <한국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
말콤 펜윅(Malcom C. Fenwick, 1863-1935)
한국 침례교회의 전통을 이룬 최초의 선교사로 캐나다 토론토의 마크햄에서 출생하였다.
농업과 상업에 종사하면서 한편으로 복음전파의 사명을 느껴 평신도 전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가 한국선교사로 부름받은 것이 1889년. 그 해 한국에 도착한 펜윅은 서울과 황해도 소래 등지에서 활동하였다.
그 후 1893년 잠시 귀국해 캐나다와 미구구에서 신학교육과 훈련을 받고 침례교 목사로 안수를 받은 후 다시 내한하여 원산을 근거지로 선교했다.
전성기에 그가 개척한 교회만해도 250여개 였으며 만주와 시베리아에까지 가서 교회를 세우는 열정을 보였다.
그는 독자적인 선교방법과 성교영역을 구축하여 한국 기독교역사에 큰 공헌을 하였다. 특히 성경의 독자적 번역, 찬송강의 간행 등 문서선교엗도 크게 기여하였다.
여기에 소개하는 글은 그의 저서 <한국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The Church of Christ in Corea,1911) 에 수록된 것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한국에 와서 한글을 배워가면서 한국인들의 심성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을 기록한 내용이다.
한글을 배우며 한국인을 알게되다.
한국인들의 ‘풍속’, ‘예’, ‘법’
한국에서는 ‘풍속’, 예(禮, 원칙들과 관례), 법(불문율), 세 가지 중에서 ‘법’이 가장 중요하다. 세 가지가 일반적이고 특수한 일들에 뒤섞여 있고 용어들도 자주 바뀌어 쓰이기도 한다. 영어권에서는 대체로 ‘관습(custom)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 단어들은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혼동해서 쓰는 것은 부주의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자적으로 말하면 ‘풍속’은 일상적인 행위들에 관한 그 나라의 관행을 말한다. 연륜이 깊은 것이고 따라서 동양인에게는? 신성한 것이다. 에를 들면 한국에서는 주식으로 밥을 먹으며, 상(喪)을 당하면 노란 베옷을 입는게 관습이다.
예(禮)는 우리 서양의 범주로 보자면 헌법과 조례라는 항목에 넣을 수 있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말하자면? 동양에서는 예를 기록해 두지 않고서도 기록해 둔 것만큼 잘 지킨다는 점이다. ‘예’는 기록되어있지 않기때문에 ‘선비의 도(道)’라는 항목에 들어간다. ‘예’는 고정된 형식들을 널리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지키는 것으로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법(法)’은 이를테면 짐꾼을 부린뒤 지불하는 싻에서부터 죄수를 죽이고 살리는 판결에 이르기까지 대소간의 법 절차와 거래에 해당된다. ‘법’은 한국에서는 가장 강력한 단어이다. 무엇을 가리켜 나라의 ‘법’이라고 하거나 가문의 ‘법’이라고 하면 모든 논쟁은 그것으로 끝난다. “그런 법이 어디있고?”하거나 “그건 누구나 다 아는 법이요”라는 말들은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말이다. 한국은 ‘계약과 협정’의 나라가 아니다. 부동산에 관한 문서들과 현금 증서들 그리고 결혼 증서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남기는 계약이 거의 없다. ‘법’에 해당하는 어떤 것과 관련하여 “그의 말은 아주 신용이 있다.”는 말이 성행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이다. 이 말은 사업을 가리키는 반면에 앞에서 ‘예’와 관련하여 사용한 비슷한 말은 예절을 가리키다. 그러나 한글에는 ‘사업’이란 단어가 없다. 따라서 모든 사업 계약은 이 불문법에 해당된다. 증서는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구속력이 없고? 다만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자신의 정직함을 알리는 증표일 뿐이다. 현금증서는 돈으로 갚으라는 요구를 막고 ‘체면’을 유지할 목적으로 작성하여 현금지불 전에 사용한다. 반면에 결혼 증서는 신부의 유익을 위한 것도 아니고 신부 아버지를 의심해서도 아니며 다만 신랑이 세상 앞에 자신이 불한당이 아님을 보여 줄 명분을 갖기위해서 작성한다. 즉 신랑의 ‘체면치레용’이다 그것은 신부의 부모와 중매인이 작성한다.
지난 두 해동안 내가 본 바로는 한국에는 성문법이 없다.
‘풍속’과 ‘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법’의 경우도 ‘체면’이 주도를 한다. ‘체면’은 황금률과 정 반대다. 체면은 “남이 너희에게 대접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잡하되 엄격하게 하라”는 것이다. ‘체면’은 동양윤리의 처음이자 끝이다. 자살을 하는 사무라이의 관습에 ‘체면’을 보태면 일본의 철학을 이해하게 된다. 자기에게 맡겨진 중대사를 해내지 못하면 ‘체면’ 즉 일본인의 명예를 잃은 것이고 그것은 자살을 함으로써만 회복할 수 있다. 이것이 일본이 자랑하는 용기의 본 모습이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용기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체면’을 중심 규율로 삼는 종교다. 지금까지 내가 써온 글을 읽으면 이관습이라는 산이 얼마나 가파르고 높은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인들은 그것을 글로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서양에서 온 백인은 큰 혼란을 겪는다. 서양에서느 말을 솔직하게 하되 자기 의사를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에의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존경한다. 아시아 사람들은 ‘빙 둘러 말하는’습관이 있다.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며 ‘체면’이 손상될까봐 항상 말을 조심하며, 에의를 갖춰 남의 ‘체면’을 까꼬 자기 체면을 살리는 사람이 존경을 받는다. 유교도들은 스승의 이런 기술을 아주 존경하고 탄복한다.
공자와 고위관리 사이에 누구의 ‘체면’을 더 높이고 존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큰 외교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문제는 관리가 그 위대한 현자의 ‘체면’을 높여주는 것으로 끝났다. 관리는 공자에게 매우 정중한 영접과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떠날때는 평소같았으면 대문까지 배웅을 받고 아마 어느 정도 거리까지 호위를 받았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공자는 그 관료의 ‘체면’을 훼손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는 접견실에서 작별인사를 한 다음 곧 현악기를 연주함으로써 자신이 그 관료를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능멸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아주 가볍게 그의 체면을 훼손했다. 서양사람이었으면 공자의 행위를 쉽게 오해하고서 , 그 위대한 사람이 자기 집을 떠나는 손님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칭찬했을 것이다.
소래로 돌아와서
이듬해 봄에 나는 서울을 떠나 소래로 돌아갔다. 여름 용품을 담은 바구니와 친구가 디트로이트에서 보낸 화초 씨앗들을 조금 가져갔고, 서울에 사는 미국인 집의 정원들에서 얻은 각종 유실수와 화초의 삽목들도 가져갔다. 소래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집터로 물색해 둔 곳 옆에 아주 기름진 밭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작은 집을 지은 다음 열두 대가 넘은 소달구지를 이용하여 2킬로가 넘는 들판에서 흙을 퍼 나른뒤 그것을 문 앞에 놓인 바위에 약 90센치 높이로 쌓아올렸다. 그 둘레에 돌담을 쌓으니 아주 이상적인 꽃밭이 되었다. 곧장 꽃씨를 심었고 꽃들이 무성하게 자라나는 것을 보고 흠족해 했다.
그러나 영적인 밭은 그렇지 못했다.
아나선생 부인만 빼놓고는 그 밭에는 영적 생명이 없었다. 주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왔으나 여느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교회출석이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인듯 했다. 사탄은 아주 많은 사람들을 종교적으로 만듦으로써 우롱한 뒤 그들을 멸망으로 꾀어낸다. “아들이 있는 자에게는 생명이있고 하나님의 아들이 없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느니라.”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만유이신 분-그리스도-자체다. 나는 고독을 참지못하여 근처의 한적하고 아름다운 숲으로 갔다. 모든 마을에 접해있는 귀신들을 섬기고 제사하던 숲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깊은 슬픔을 주께 아뢰었고 이 아름다운 장소를 사탄에게서 빼았아 주님께 바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채소밭을 만들고 있는 동안 사람들은 서양인 선생이 컽옷을 벗고 노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적지않게 충격을 받았다. 동양사상에 따르면 선생이나 선비는 노동을 해서는 안 되었다. 서양의 계급제도가 그 폐쇠적인 시상을 이교문화에서 빌려온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팔을 걷어붙이고 일하는 사람은 셋뿐이었다. 둘은 고용된 한국인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였다. 토양은 비옥했으나 잔돌이 많았고 식물이 가뭄을 버틸만큼 뿌리를 내릴 정도로 깊게 개간한 적이 없는 땅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흙을 35센치 가량 파내고 그속에서 돌을 골라낸 다음 적당히 비료를 주었다.
나중에 겨울이 찾아왔을 때, 나는 한국인의 보수적인 경향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면식이 있는 한국인들은 내 정원에 풍성하게 자라난 채소들-그 가운데는 서양의 좋은 채소들도 여러 종류 있었다- 을 보고 경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씨앗을 주문해 줄까?하고 물고난 다음에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속으로는 내 밭의 작물들이 자기들의 작물들에 비해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되었다. 내가 재차 묻자 그들은 내가 씨앗을 사서 주더라도 자기들의 밭에 심지않겠노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흔히들 한국사람은 감사할줄 모르고 느려빠지고, 우둔한 사람들이라고 말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둔한 사람은 서양인인 나였다. 한국인들은 우리 서양인들이 모든 것을 다 알고있는게 아니라는 사실과 동양인도 어떤 일을 하면 대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하며 그것은 자기들의 항황에 잘 적응시킨 것이고 언제나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여러모로 가르쳐 주었다. 이 사실은 러.일 전재동안 잘 보여주었다.
일본군은 수많은 마구간을 순식간에 지었고 다리도 거의 눈깜짝할 사이에 만들었다. 서양사람들이 그런걸 어디에 쓰겠느냐고 비웃었던 볏집으로 꼬아 만든 튼튼한 밧줄이 그 비결이었다. 나는 볏집으로 밧줄을 꼬을 줄 모르는 한국남자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 그 나라에서는 어른이든 소년이든 그 일을 하지 못하면 부끄럽게 생각했다. 일본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일본군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습득한 지식과 기술로 새끼줄로 모든 것을 엮는 기술을 배웠고 그것은 군대에서 많은 일들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논엣 흩어져 있는 볏가리가 새끼줄을 만드는 재료를 제공해 주었고 숲속의 목재더미가 지주를 제공해 주었으며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갈대더미들은 막사와 마굿간의 지붕을 덮는 재료들을 제공해 주었다. 우리 서양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자료들을 사용하여 에술가 같은 손놀림 몇 번으로 순식간에 경이로운 장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놀라웠고 눈이 뚱그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소래를 두번 째로 떠난 뒤에는 동해안에 자리잡은 원산에서 선교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에는 아직 개신교 선교부가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원산에서 사역을 마치고 6년 만에 고국을 방문한 뒤에야 비로소 내가 한국에서 처음 시역을 시작한 황해도 소래를 찾아가 볼 수 있었다.
소래와 매켄지 선교사
그동안 캐나다의 노바스코티아에서 온 매켄지 선교사가 그곳에서 1년 가량 지내며 내가 살던 집에서 살았는데 아마 정원이 쓸모있고 고향냄새를 물씬 풍겼으리라 믿는다. 중국의 의화단과 마찬가지로 청일전쟁을 틈타 한국에서 일어난 ‘동학군’이라는 두려운 집단은 소래사람들에게 큰 불안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상황을 일하실 기회로 삼으셨음이 훗날 입증되었다. 매켄지 선생은 마을가람들로부터 물건을 보호해 달라는 부탁을 받을만큼 큰 신망을 얻고 있었다. 그들이 가져온 물건들은 그의 집 둘레에 가득 쌓였고 그는 그 위에 영국기와 자신이 고안한 깃발-흰 바탕에 빨간 십자가-을 꽃았다. 그 이래로 이 깃발은 한국 전역에 기독교 교회를 상징하는 깃발로 알려지게 되었다. ‘동학군’이 매켄지 선생을 죽이고 그를 감싸온 마을 전체를 쑥밭으로 만들기위해 몰려온다는 소문이 여러번 났었다. 그러나 매켄제 선생은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여 마침내 그들의 병영을 찾아갔다. 이 반란군들과 조용하고 온화한 대화를 나눈 끝에 배인과 기독교선교에 대한 악감정을 몰아냈다. 이 선교사에게 위탁된 재산은 보호되었고, 매켄지 선생은 마을사람들이 감사한 뜻으로 내놓은 선물의 한도안에서 소래지역에서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지리 수 있었다. 그 일을 겪은 뒤 매켄지 선생은 다른 백인들과 250킬로나 떨어진 그곳에서 전염병에 걸렸고 하늘의 상급을 받으러 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잡초를 뽑고 있을 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곳에 씨를 뿌리고 자신은 그 소산을 거둘뿐이라고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그 큰 풍채를 여간해서는 놀려두는 법이 없었다고들 했다. 그는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다니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샀다. 그가 잠들자 주변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애도했고 아주 큰 예를 갖추어 장례를 치러주었다. 고결한 사람! 그는 살아서 자신의 기도가, 자기의 헌신이 응답과 보상을 받는 것을 지켜보지 못했으나, 남아있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 희생에 내리신 풍성한 보상을 지켜보고 있다.
말콤 펜윅 지음 <한국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애영 커뮤니케이션 출판 )에서
2014/8/21(목)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말콤 펜윅의 <한국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