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삶의 지혜/2015년 6월>

의사의 진단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에 의사가 어느 부잣집의 부름을 받고 부리나게 왕진을 갔습니다.

환자의 용태를 살피고 난 의사는 가족을 모두 불러놓고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친척 되시는 분들과 변호사를 부르시는 게 좋겠습니다. 임종하시기 전에 유언을 들으셔야 하니까요."

집으로 돌아온 의사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의사의 아내가

"어머, 그렇게 위급하셔요?"

"위급하긴 뭐가 위급해, 단순한 감기였는데."

"그런데 왜?"

"이처럼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밤에 왜 나만 억울하게 비를 맞아야 하느냐 말야." 하더랍니다.

*마빈토케이어의 <배꼽잡는 철학우화 '꿈을 찾는 성자(문학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