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예술 16 백자 달항아리(白磁 壺)

높이 49 cm. 아가리 지름 20.1 cm. 밑 지름 15.7cm.
국보 제262호
수량 1점
조선 시대 (18세기 경)
우학문화재단 소유
관리 용인대학교

흔히 백자 달항아리라고 부르는 그릇은 17세기 후반에서부터 18세기 전반까지 약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유행하면서 주로 조선왕조의 왕립 가마가 위치한 사옹원의 분원인 경기도 광주에서 만들어진 항아리들을 말한다. 대부분이 40cm가 넘는 원형의 무늬 없는 그릇들인데다가 대가집에서는 젓갈이나 간장을 담아 두는 생활용기로 사용하였고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이어서 별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는데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백자의 매력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함께 예술적 가치 또한 인정받게 되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백자 달항아리는 현존하는 백자 달항아리중 큰편에 속하는 것으로 풍만하고 당당한 모습이 조선시대의 백자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1991년 백자항아리로는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되었으며 우학문화재단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아가리가 사선으로 작은 각을 이루며 맵시있게 꺾인 이 항아리는 아가리 주변 아래에서부터 목이 따로 없이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면서 벌어지다가, 몸체 중앙의 접합부를 지나면서 다시 좁아져, 아가리 지름과 비슷한 크기의 굽에 이른다. 원에 가까운 형태가 둥근 달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닥에 닿는 굽이 입보다 작아 달이 둥실 떠 있는 것 같은 달항아리는 세계 도자기 사상 유례가 없는 거대한 둥근 항아리로 손꼽히고 있다.

달 항아리의 미는 문양과 장식 또는 깔끔한 세련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색택의 아름다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완벽하고 매끈한 원이 아니라 약간 찌그러진듯 둥그스럼한 형태로 표면 역시 고려청자와 같이 매끈하다기 보다는 약간 거칠면서 투박한듯한 느낌을 주는데 항아리마다 약간씩 다른 색택의 매력이 보는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이와 같은 특성은 실은 기술상의 문제에서 생겨난 것인데 조선시대의 도공들이 그것을 인정하고 구태어 숨기려고 기교를 부리지 않아서 나타난 것이다.

큰 항아리는 형태를 만들거나 구워내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후, 두 부분을 접합시켜 완성하는데 이음자국들이 보이게 된다. 그래서 채색보다는 온화한 백색의 유려한 곡선으로 아름다움을 살리려 하여 그것이 완벽하고 인위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약간은 불완전하지만 인간적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나타난듯 하다.

미학자 고유섭 선생은 백자 달항아리를 “구수한 큰 맛, 무기교의 기교”라고 표현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중국이나 일본 도자기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조선 백자만의 특징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바로 이조백자 달항아리의 매력이기도 하다.(해설 김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