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예술-일월오봉병  

<늘푸른나무/명화감상/2014년 8월>

일월오봉병


작가 미상
조선 19세기
비단에 채색
162.6x337.4cm
호암미술관 소장

조선왕조의 궁중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라면 무엇보다도 <일월오봉병>을 꼽을 수 있다.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에서도 볼 수 있으며 삼성미술관 리움에도 소장되어 있는 이 <일월오봉병>은 전통적으로 병풍으로 만들어 궁실 내의 어좌(임금님이 앉는 의자)뒤에 놓여지는 것으로 왕을 상징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므로 왕이 여행할 때나, 알현실 , 초상화를 모셔두는 진전(眞殿) 등에 설치되며 왕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무덤까지도 같이 가게되어 있다. 그래서 왕이 바뀌면 새로운 <일월오봉병>을 만들게 된다.

<일월오봉병>은 관념적, 추상적인 산수화로 모든 자연적인 배경들이 음양오행에 근거한 우주의 원형적인 구성을 보여 준다.

그림의 오른쪽에는 붉은 해, 왼쪽에는 흰색의 달이 동시에 떠있다. 해와 달은 각각 양(陽)과 음(陰)으로 왕과 왕비를 상징한다고 하나 음양은 우주를 이루고 지속시키는 두 가지 힘으로 둘이 동시에 떠 있어서 균형과 평정을 이루며 영원한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좌우로는 완전히 대칭을 이루는 다섯개의 산 봉오리가 있다. 이는 옛부터 오악(五嶽)이라고 부르는 산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조선의 경우 동악의 금강산, 서악의 묘향산, 남악의 지리산, 북악의 백두산, 중악의 삼각산 등이 해당되는데 천하를 상징하기도 하고 오행(五行)을 의미하기도 한다.

산의 좌우에는 두 번 굽이친 후 떨어지는 흰 폭포 두 줄기가 그려져 있다. 아랫부분에는 붉은색 줄기와 가지의 소나무 네 그루가 서 있고 그 사이로 물결이 구비친다. 소나무들은 도식회된 대칭구도를 보이고 있다. 두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못안에서 출렁거리며 앞의 물결과 연결되어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물은 해와 달과 함께 생명의 원천으로서 천하를 두루 비추는 해와 달과 더불어 천하에 충만한 생명의 기운을 상징한다 하겠다.

조선시대 궁중의 그림들은 법식에 맞추어서 권위와 장엄함을 만들고 왕조에 대한 하늘의 성스러운 축복을 들어내며 하늘이 주는 힘을 기원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 자연스러운 고유색깔보다는 음양오행설과 일치하는 원형적인 색들을 사용하였다.

<일월오봉병>은 조선왕조의 중요한 왕권을 표상하는 화폭으로 형태가 단순하고 그 뜻은 분명하고 순수하다. 이러한 병풍을 뒤로하고 임금이 어좌에 앉으면 임금은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도덕적인 존재로 경건하고 차분하게 정사(政事)에 임하며 삼라만상을 통치하는 왕의 권위가 온전하게 드러난다고 믿었던듯 하다.

조선의 궁중미술작품들은 여러 우수한 작가가 참여한 공동의 산물로 그림위에 글씨나 도장을 찍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그것은 중국에서는 허용된 다음에도 오랫동안 계속되어 조선시대의 궁중미술작품들은 뛰어난 작품들임에도 익명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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