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설을 곁들인 명화감상   ▒  

한국의 예술-윤두서의 '자화상'  

<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4년 5월>

한국의 예술 5 <윤두서(1668-1715)의 '자화상'>1710년

 

38.5x 20.5cm
종이에 수묵담채
고산 윤선도 종가(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82번지) 소장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로 ‘오우가’를 쓴 윤선도의 증손자이고, 후에 실학의 대가가 된 정약용의 외할아버지인 공재 윤두서(1668-1715)는 시서화(詩書畵)에 능한 선비화가(문신이라고 부른다)로 겸재 정선과, 현재 심사정과 함께 조선화단의 삼재(3齋)로 불린다.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의 증손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성호 이익과 절친한 친구였던 윤두수는 미루어 보아 이조시대 선비집안 출신으로 당시 일부 진보적인 선비들이 관심을 보였던 실학에도 관심이 많았던 지식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몰락한 남인집안 출신이었기에 일찌감치 정치적 출세와는 담을 쌓고 22세에 상처하여 불운한 젊은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는 유학보다는 실학에 관심을 가지고 양반사회에서는 천시하던 그림에 정진할 수 있었던듯 하다. 그것은 그의 대표작이 여기서 소개하는 그의 <자화상>이라는 데서 잘 나타나 있다.

원래 자화상이란 그리는 사람의 화술이 출중해야 하고 둘째 자화상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할만한 지위나 자각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잘 훈련된 이름 없는 도공들에 의하여 초상화들이 그려지던 때에는 자화상이란 것이 없었다. 그 후 화가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그림을 그리면서 자화상이란 것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17세기의 렘브란트(V.R. Rembrandt 1606-1669)는 60여개의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와 미술편력을 남겼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시대부터 사대부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한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려시대에 공민왕이, 조선 초기에 김시습이 자화상을 남겼다는 기록이 전해질 뿐 이조 후기에 와서 그린 <강세황 자화상>과 <윤두수 자화상>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대표적인 자화상들이다.

조선 후기 숙종 36년인 1710년에 그린 것으로 알려져있는 윤두서 자화상(尹斗緖 自畵像)은 그보다 60여년 늦은 1782년에 그린 ‘강시황의 자화상’과는 좋은 대조를 보이면서 조선조 최고의 자화상으로 꼽힌다. 강시황의 자화상이 조정의 관직에 오른 대신의 사실적인 묘사에 초점을 맞춘 초상화(아래 그림 참조)라면 윤두서의 자화상은 한 눈에 그 범상함을 느낄 수 있는 자화상이다.

탕건에 도포를 차려입은 전신상이나 반신상이 아닌 얼굴만을 떠올려서 화면을 가득 메운 윤두서의 ‘자화상’은 형식에서부터 파격적이면서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과 꾹 다문 입, 한올, 한올 세밀하게 그려진 콧나루와 수염들은 강열한 모습으로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자화상 가운데는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이 <자화상>에는 그의 고독과 결연한 의지가 잘 표출되어 있으며 외모에 거짓 없는 그의 정신세계가 솔직하게 드러났다고 하여 동양인의 자화상으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의 치켜 올라간 눈초리와 광채가 나는 흑백이 분명한 위엄에 찬 눈이 상대방과 대결하듯, 또는 대항하듯 정면을 응시하고 있어 선비다운 기개를 느끼게 해준다. 어쩌면 관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자기 속에 있는 바로 이 기개를 보여주려는 자부심과 그것을 그려 낼 수 있는 화가로서의 기술적 능력이 보태져서 이 ‘자화상’을 그리게 되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화상에서 사실주의적 회화기법을 사용하였는데 털을 묘사하면서 작은 붓으로 수 천, 수 만의 붓질을 통해 결이 살아 있는 듯한 모습을 완성하였고 그것을통해 윤두수의 외모와 개성이 잘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김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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