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1475?1564)의 <타락과 낙원에서의 추방(The Fall and Expulsion from Paradise)ㅡ1509-1510  

<늘푸른나무/문화산책/이달의 명화/2017년 9월>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의 <타락과 낙원에서의 추방(The Fall and Expulsion from Paradise)ㅡ1509-1510

Fresco, 280x570 cm
바티칸 시스틴 채플 천정벽화
1509-1510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들 가운데는 지난번에 소개한 마사초의 <에덴동산에서의 추방>말고도 미켈란젤로가 그린 <낙원에서의 추방>이 있다.

로마의 바티칸에 있는 시스틴 채플 천정에 ‘최후의 심판’의 한 장면으로 그려져 있는 ‘타락과 파라다이스에서의 추방’은 흔히들 타락과 추방을 별개의 그림으로 따로따로 그렸던 것에 비해 가운데에 있는 생명나무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나무에 매달려있는 뱀으로부터 선악과를 받아 먹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 오른쪽으로는 칼을 든 천사에 의해 에덴동산을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그려져 있다.

나체의 두 사람이 칼을 든 천사에게 쫓기듯이 에덴동산을 떠나는 것이 비슷한 인상을 주며 배경설정이 비슷한 것으로 보아 미켈란젤로가 약 90여년 전에 그린 마사초의 그림을 보고 인용한 것으로 생각되는 이 그림은 세 개의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데 가운데 생명나무를 중심으로 선악과를 따서 이브에게 주며 유혹하는 뱀과 선악과를 꽉 받아 쥐는 이브, 뱀에게 뭐라고 항의하는듯한 아담의 그림이 왼쪽에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타락의 결과 칼을 든 천사에게 쫓기듯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나체의 아담과 이브의 그림이 왼쪽에 있다.

마사초의 아담이 쫓겨나면서 눈을 두 손으로 막고 머리를 숙이고 무척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모습인데 비해 미켈란젤로의 아담은 칼을 내두르는 천사를 향해 무언가 어굴하다는듯이 두 팔을 뒤로 내 저으며 얼굴도 든채로 앞을 보고 있다. 그에 비해서 마사초의 이브는 비록 우는듯한 얼굴이지만 얼굴을 들고 앞만 보며 나아가는데 반해 미켈란젤로의 이브는 팔을 감싸고 아담의 옆에서 머리를 들지 못하고 아담의 뒤로 피하는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마사초의 아담과 이브는 어쩌면 후회는 있지만 쫓겨나는자로서 미련은 없다는 인상을 주는데 반해 미켈란젤로의 아담과 이브는 적막한 분위기 가운데서 무언가 미련이 남아 있는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미켈란젤로는 타락 전과 타락 후의 아담과 이브의 모습을 대비함으로 타락의 의미를 생생하게 부각시키려 하지 않았다 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그것은 양쪽의 모습들을 대비해 보면 더욱 강열하게 느껴진다.

선악과를 받아 먹기 전의 에덴동산인 왼쪽풍경은 짓푸른 잔디위에 바위들도 있고 커다란 푸른 나뭇잎이 무성한 나뭇가지가 뻗어 있어 비옥해 보이는데 반해 오른쪽 그림에서는 누렇게 마른 잔디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활량한 벌판으로 내쫒기는 풍경으로 대조를 이룬다. 또한 왼쪽의 타락 이전의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 무척 건강하고 생동하는듯한 모습이며 더우기 사탄에게서 선악과를 받는 이브의 팔에는 기운이 넘쳐나는 듯한 젊고, 아름답고 힘찬 모습인데 비해 왼쪽의 모습들은 늙어 보이고 맥이 빠져보이며 준욱이 든 보습이며 특히 이브의 모습은 아담의 뒤에 숨어서 기를 펴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쫓겨나는 모습이다. 

타락이전의 에덴동산은 평화롭고 행복하며 고통과 죽음이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다른 피조물들과 조화로운 삶을 사는 곳이었다. 그러나 에덴동산에서 추방됨으로 이 모든 것을 상실했음을 미켈란젤로는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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