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명화> 베로네세( Paolo Veronese) 의 '가나의 결혼잔치(The Wedding at Cana)'

1563
캔버스에 유채
666cm X 990cm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

세계 제1의 미술관으로 꼽히는 파리의 루브르 뮤지엄, 그 가운데서도 루브르 미술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레오나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걸려있는 맞은편 벽에 자리한 이 거대한 그림은 16세기 베니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이태리 화가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의 <가나의 결혼잔치>이다.

거대하기도 하거니와 웅장하고 멋진 석조건물의 야외에서 벌어지는 우아한 복장의 선남선녀들의 파티장면은 제왕이나 귀족들의 화려한 연회를 상상하게 하지만 이 그림의 제목은 요한복음 2장에 나오는 <가나의 잔치>이다.

예수께서 행한 첫 번째 기적으로 소개된 이 사건은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가나란 동네에서 벌어진 결혼식에 초대받아 갔다가 어머니 마리아의 부탁으로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고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기적을 베풀어 낭패를 볼뻔한 잔치집에 결혼잔치의 기쁨을 채워주었다는 간단한 이야기이다.

‘가나의 잔치’하면 조그마한 시골의 가족들과 친지들이 모인 결혼식, 제자들은 몇 명 데리고 다니지만 아직 기적도 한 번 보여주지 않은 새파란 청년 예수와 제자들 까지도 초대한 인심 좋은 주인의 불찰로 포도주가 동이 나 버린 황급한 상황에서 물로 만든 포도주에 서민들이 진짜보다 더 맛있다며 즐거워 하는 조촐한 모습을 상상하던 사람들에게는 베로네세의 <가나의 잔치>는 분명 상상 밖의 그림이다.

파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진 야외에서 벌어진 화려한 연회의 중앙에는 후광에 빛나는 예수가 앉아 있고 그 옆에는 성모 마리아가 역시 광채를 띠고 앉아 있다. 오른쪽 밑을 보면 하인들이 커다란 물통에서 금주전자에 포도주를 따르는 모습이 있어 물로 포도주를 만든 기적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림 안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왕과 여왕들이 등장하고 전면 한 가운데서 악기를 연주하는 세 사람은 베로네세를 위시해서 당시 베니스의 유명한 화가들이라고 한다. 예술가들은 기쁨과 조화를 선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인지?

왼쪽 전면에 신랑과 신부가 무심한듯 얌전하게 앉아있다. 잔치의 주인공이어야 할 신랑, 신부의 흥분된 모습은 찾아 볼수가 없고 손님같이 얌전히 앉아 있을뿐 손님들의 모습들도 신랑, 신부와 함께 즐기는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아무래도 이 그림은 주제와는 관계없이 16세기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한 베니스의 풍요로운 생활상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금과 은으로 된 식탁위에 놓여있는 고급스러운 식기들은 포도주가 떨어져서 예수의 도움이 필요할 상황이 결코 아니다. 예수가 한 가운데 앉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는 작품이다.

성화라면 무조건 인정받던 시대, 미켈란젤로, 다 빈치, 라파엘 등의 르네상스 전성기가 갓 지나면서 성화의 수요가 급증하던 때, 많은 화가들이 성화와 세속화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작품활동을 하였다. 명목상의 주제와 내용의 괴리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세계 제1의 루브로 미술관에서 가장 넓은 면적(전시된 작품중 가장 큰 작품이다)을 차지하고 베로네세의 대표작으로 전시되고 있다.

(해설 김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