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 산책/2014년 9월>

일일초 -호시노 토미히로

오늘도 한가지
슬픈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닥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 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호시노 토미히로는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체육 교사였던 그는 수업중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이다 다쳐서 목 윗부분만 빼고 전신 마비가 되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붓을 입에 물고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었습니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헤아링 수 없이 많은/평범한 일들’에 밑줄을 긋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희로애락에 휘청거리는 우리, 사소한 일로 슬퍼하고 작은 일에 흥분하는 일희일빙의 나날 . . . 평범한 하루가 모여 위대한 삶을 만든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오, 위대한 평범함의 순간들.

고두현 지음 <마흔에 읽는 시>에서

*고두현-1963년 경남 김해에서 출생한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요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이다.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가 있다. 제10회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