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엘라 휠러 윌칵스(Ella Wheeler Wilcox)
오늘날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요.
부자와 빈자는 아니에요. 한 사람의 재산을 평가하려면
그의 양심과 건강 상태를 먼저 알아야 하니까요.
겸손한 사람과 거만한 사람도 아니에요. 짧은 인생에서
잘난 척하며 사는 이는 사람으로 칠 수 없잖아요.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도 아니에요. 유수 같은 세월
누구나 웃을 때도, 눈물 흘릴 때도 있으니까요.
아니죠. 내가 말하는 이 세상 사람의 두 부류란
짐 들어주는 자와 비스듬히 기대는 자랍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가는 이의 짐을 들어주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남에게 당신 몫의 짐을 지우고
걱정 근심 끼치는 기대는 사람인가요?
*몇 십 년만의 추위니, 눈이니 하면서 꽁꽁 얼어 지내왔는데 입춘이 지나자마자 음력계절을 알 턱이 없는 시카고의 날씨도 기록을 깨는 푸근한 날씨로 변했습니다. 눈 녹은 뒤 뜰에 나갔다가 이상한 것을 보았습니다. 나무의 아랫부분 껍질들이 벗겨져서 하얀 살들을 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민초들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한다더니 아무리 어렵다지만 미국의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하면서 살펴보았습니다. 질척한 땅 위에 토끼 발자국들과 배설물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푸른 잔디밭에 평화롭게 앉아서 오물 오물 풀을 씹는 토끼를 보고 귀엽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한 겨울 내내 눈 덮인 겨울을 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은 미쳐 해보지 못했습니다. 아직 겨울이 다 가지 않았는데. . . 이 겨울이 다 가려면 눈보라가 몰아치고 기온이 뚝 떨어지는 고비를 몇 번인가는 더 넘겨야 할 텐데. . .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힘겹게 가는 이의 짐을 들어주는 사람인가요?” 나에게 묻는 것 같은데 금방 대답이 나오지 않네요.
Ella Wheeler Wilcox(1850-1919 )는 미국의 여류시인, 작가, 저널리스트로 종교적인 시들과 감상적인 이야기들을 즐겨 발표하였고 에로틱한 연애시집으로 더욱 유명하여졌습니다. 장영희 교수님의 번역을 그대로 옮겼습니다(김상신)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엘라 휠러 윌칵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