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불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을 읽고  
<늘푸른나무/문화산책/책소개/2021년 5월>

엘리자베스 퀴불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을 읽고

엘리자베스 퀴불러 로스 박사님께

이제는 그야말로 ‘불후의 명저’로 자리매김한 책 <죽음과 죽어감>을 찬찬히 다시 읽으며 여러가지 상황적인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수백 명의 죽어가는 환자와 진심어린 인터뷰를 감행한 당신의 그 겸손한 용기, 지극한 인내, 반대하는 이들조차 설득시키는 그 지혜로움에 새삼 감동하였습니다.

십 년 가까이 암으로 투병하는 제가 평소에 느끼고 체험한 모든 이야기가 갈피마다 살아있는 이 책을 얼마나 깊은 고마움 속에 공유하며 읽었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제가 좋아하는 시성(詩聖)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시구를 자주 인용하는 당신에게 더 깊은 애정과 친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죽음과 죽어감>은 누구나 적어도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책인 동시에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 부른다. 삼십 년 이상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나를 죽음의 전문가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데 있었다’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당신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쳐 <타임>이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어떤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라고 제가 자주 기억하는 그 말을 당신의 책을 보면서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라는 말 또한 여러 사례들을 통해 더욱 생생히 실감하였습니다.



당신의 연구 중에도 죽음학이나 호스피스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그 다섯 단계(부정과 고립,분노,협상, 우울, 수용)가 아니더라도 400페이지가 넘는<죽음과 죽어감) 책에는 제가 밑줄 쳐놓고 묵상하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시한부 환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그들에게 스승이 되어달라고 부탁하며 그들의 갈등과 두려움, 희망이 공존하는 삶의 마지막 시간에 갖게 되는 고통과 소망, 분노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했다’는 당신의 책 에필로그를 읽으려니 눈물이 핑 돕니다. ‘시한부 환자는 종종 아무 권리도 의견도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해야한다. 그러나 아픈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감정과 소망과 의견이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단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라는 말에선 그간 시한부환자들을 그냥 기계적으로 건성으로 대했던 저의 태도를 성찰하게 됩니다. 죽어가는 이들에게 생생한 연민보다는 매마른 감정으로 일관했던 시간들을 반성하게 됩니다.

‘죽어가는 환자들의 곁을 지켜주는 일은 인류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고유함을 생각하게 한다. 그 일은 우리 자신의 유한함, 생명의 유한함을 일깨워 준다. 그러나 그 잛은 시간 동안 우리 인간은 저마다 독창적인 삶을 살아감으로써 인류역사의 한 올로 우리 자신을 엮어놓는다’는 당신의 감동적인 말을 마음에 새기며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사랑과 돌봄의 영성을 기초로 한 인간적인 배려이고 따뜻한 관심인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오늘을 마지막인 듯이 최선을 다해 살고 싶은 새로운 의지와 열정, 일상의 삶을 더욱 충실히 살고 싶은 고운 열망을 심어주신 당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픈 사람들을 좀 더 다뜻하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눈을 뜨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웃 가족 친지의 죽음뿐 아니라 언젠가는 저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잘 준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신 것도 이 책이 저에게 준 선물입니다.

아직 살아 있을 때 잘 죽는 사람의 겸손을 연습해서 진짜 죽을 때는 고통 중에도 환희 웃으며 떠나고 싶다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주신 엘리자베스 퀴불러 로스 박사님, 당신은 진정한 죽음과 삶의 박사로 인류 가족에게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일 없는 당신에게 존경과 사랑을 드리며 이토록 훌륭한 책 <죽음과 죽어감>을 써주신 노력의 여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님. 다시 고맙습니다.

<죽음과 죽어감>을 공부한 수녀 학생 올림

*이해인 <기다리는 행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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