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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1942>  

인간의 부조리 파헤친 실존주의 문학의 정수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1942>

11월 7일은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요 소설가인 알베를 카뮈(1913-1960)의 탄생 100주기이다. 프랑스 영 알제리아 출신인 그는 부조리한 인간의 삶 가운데서도 허무주의를 배격하고 실존주의를 주장하였다.

<이방인>으로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카뮈는 1960년, 46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이방인의 삶을 마감하였다. 탄생 100주기를 맞아 허연의 <고전탐익>에 계재된 '이방인,1942'에 대한 책소개를 통해 그에 대한 이해를 더해 보았으면 한다.

-허 연-

스물여덟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연락을 받고 병원까지 가는 30분, 시간이 그렇게 더디게 간 적이 없었다. ‘하늘이 무너진다’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나는 나로 돌아와 있었다. 어머니의 열정사진 앞에서 육개장을 맛있게 퍼먹었고, 영안실 앞 공중전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삼우제를 지내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지인들이 말했다. “밥은 제대로 먹고, 눈 좀 붙였느냐?” “상심이 크겠지만 기운 내라.” 등등 …..

나는 그들 앞에 정직하지 못했다. 밥도 먹을 만큼 먹었고 틈틈이 잠도 잤고 여자친구에게 전화도 했다고 도저히 말할수가 없었다. 그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생각했다. 세상과 나의 부조리함에 치를 떨었다.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정직’을 택했다. 세상과 인간의 근본적인 부조리함에 대해 작은 반항을 시도한 것이다.

한 아랍인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해수욕을 하고 애인괴 밀회를 즐겼으며 영화를 관람했다고 자백한다. 이 자백은 피고 뫼르소를 빠져나올 수 없는 궁지로 몰아넣는다. 검찰 측은 자백을 바탕으로 뫼르소가 충분히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라고 배심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뫼르소는 사형 판결을 받는다.

소설 속 정황을 보면 뫼르소가 극형을 면할 요건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그 아랍인이 자신의 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고, 상대가 손에 칼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뫼르소는 자기변호를 하지 않는다. 왜 살인을 했느냐는 질문에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단지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라고 답할 뿐이었다. 정당방위였다거나 실수였다거나 뉘우치고 있다거나 하는 식의 자기 구제를 포기한다. 나름의 방식으로 게임의 규칙에 대한 반항을 선택한 것이다.

뫼르소의 이같은 정신세계는 사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애인 마리가 “날 사랑해요?”라고 묻자, 그는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대답한다. 보통사람 같으면 애인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확신이 없다해도 “그럼 사랑하지”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뫼르소는 세상의 외피적 질서를 포기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이방인이 되기를 자처한다.

사회적 시각으로 보면 이 소설은 비판적으로 읽힐 수 있다. 식민지 시대, 프랑스인이 별 이유 없이 피지배국 알제리 국민을 살해했고 거기다 법정에서는 뻔뻔하게도 태양이 너무 뜨거웠다는 증언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알제리 탄압을 첨예하게 비판한 대표적인 지식인 카뮈가 그걸 몰랐을 리 없다. 그는 소설 속에서 가장 난처한 상황,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방인>은 사건 위주로 읽기보다는 주인공의 심리와 진술 중심으로 읽어야 그 진의를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살인과 사형이라는 극악한 소재로 카뮈가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책에 수록된 피에르 루이 레의 해설을 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저마다 말로 대가를 치르려 하고 감정으로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고 드는 세계에 대해서 뫼르소는 이방인이었다. 뫼르소는 이중인격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는자신의 실제 됨됨이와 상치되는 외관과 언어을 거부한다.

실존주의 문학의 정수라 불리는 <이방인>은 뫼르소라는 인간형을 통해 사회와 개인, 규칙과 본능 사이를 유영하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프랑스 갈리르 출판사에 의하면 <이방인>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만 모두 733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현재 전 세계 101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사형 선고를 받은 뒤 신앙과 구원의 유혹을 떨치고 자신의 죽음과 정면으로 대면한 인물 뫼르소, 그는 하나의 문학적 ‘사건’으로 남아 70년째 읽히고 있다.

허연 저 <고전탐닉-삶의 질문에 답하는 동서양 명저 56> 마음산책 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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