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신의 '고대문명의 발자취를 따라(18)'
고대중국의 전설적인 상(商)나라 수도 안양
중국의 황하강변은 메소포타미아의 유브라데스와 티그리스 강변, 에짚트의 나일 강변 그리고 인도의 간지스 강변들과 함께 세계 4대고대문명 발상지로 알려져 왔습니다.
중국의 북부지역을 돌아 황해로 들어가는 황하 유역에는 기원전 6000년 경에 농사를 짓고 토기들을 만든 흔적들이 발견되었으며 기원전 5000년 경에는 농촌부락 형태의 공동체가 이루어지고 가축을 기르며 조, 수수 등을 재배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원전 2000년 경에는 처음으로 동(銅)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명의 성립 요소들이 국가형태의 공동체와 청동기 제조기술 그리고 원시적인 문자의 사용 등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황하문명의 성립시기는 기원전 2000년 경으로 메소포타미아와 인도보다는 늦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광활한 중국대륙에서는 황하문명권 이외에도 기원전 12000-14000년 사이에 양자강 유역에서 기원하였다고 보는 長江 문명을 위시해서 남중국의 서강 주변의 시장문명 등 여러 다른 문명들의 유적들이 발견되면서 비록 최근의 일이지만 중국의 고대문명을 말할 때에는 중국의 북방문화를 대표하는 ‘황하’와 남방문화를 상징하는 ‘장강’을 합쳐서 ‘황하 및 장강’문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시대부터 나타난 기록된 중국역사에 의하면 중국은 고대사를 거론할 때 반고신화와 삼황오제신화로 시작됩니다. 반고(盤古)는 세상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창조신화이고, 삼황오제는(三皇五帝)는 인류의 창조와 문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화입니다.
사냥하는 법과 불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준 복희(伏羲, 천황), 농경을 가르쳐 준 신농(神農, 인황) 그리고 옷감을 짜고, 집짓는 법과 병고치는 법, 글씨 등을 가르쳐 준 헌원 (軒轅) 등의 삼황(三皇)의 시대를 거쳐 헌원의 다섯 자손 소호 금천, 전욱 고양, 제곡 고신, 재요 도담, 제순 유무 등이 통치하던 오제(五帝)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인데 제요와 제순의 요순을 따서 요순(堯舜)임금이라고 하면 ‘성군’을 의미하며 요순시대라고하면 태평성대라 하여 가장 이상적인 시대로 묘사하고 있읍니다만 역사적인 유적이나 유물이 발견되지 않아 신화로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후에 나타난 것이 하(夏), 상(商), 주(周) 로 <사기(史記)>에 의하면 하나라 시조 우(禹)임금이 기원전 2070년 경에 왕조를 세워 걸(桀)임금까지 17왕 472년 동안(기원전 1600년 무렵) 존속하였다고 합니다만 아직까지도 실체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현 중국정부는 최근 200여명의 전문가를 동원 4년간의 연구, 조사 끝에 기원전 2070년 하나라의 건립을 중국역사의 시작으로 확정하였습니다.)
그 다음에 나타난 것이 상(商)나라입니다. 기원전 1600년 경에 세워져 기원전 1046년까지 실재한 것으로 알려진 상 나라는 기원전 1300년 경 수도를 은허(殷虛)로 옮기면서 한때는 은나라로 불리기도 하였는데 전설적인 황제 탕왕(湯王)이 세웠다는 상(Shang)은 여러차례 수도도 옮기고 자신들은 상나라로 불렀지만 외지나 후대에서는 은나라로 불리면서 그 소재가 분명치 않아 19세기 말까지는 전설상의 왕조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상(商)나라 후반기의 수도였던 안양은 하남성의 북쪽 황하강변에 있었습니다.
19세기 말엽 허난 성의 북단에 있는 안양 근처에서 밭일을 하던 농부들이 이상한 글씨가 새겨져 있는 수백개의 뼈조각들을 캐내었습니다. 그들은 약효가 있는 용의 뼈라고 생각하고 약재상에다 팔아버렸지만 이것을 본 학자들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역사적 가치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러나 1928년에 가서야 중국의 연구소가 주관하는 고고학자들의 본격적인 발굴작업이 시작되었고 연대순으로 잘 정리, 보관되어 있는 수천개의 글자가 새겨진 뼈조각들을 찾아내었습니다. 거기에 새겨진 문자들을 연구한 결과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한문(漢文)의 최초의 형태로 점을 치는데 사용하는 점궤가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기원전 1750년부터 1027년까지 이 지역에서 강력한 국가를 형성했던 상나라의 임금들이 선조들에게 묻는 질문들과 답들이 새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신화속으로 사라져버렸던 상나라 문명의 유일한 기록이라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기원전 14세기에 무사였던 왕 판경이 상나라의 수도를 북쪽에 있는 얀(Yan, 아직까지도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에서 현재의 안양으로 옮겨 Yin이라고 명명하였는데 이 새로운 수도에서 기원전 1027년까지 은이라는 이름으로 제2의 상나라 시대를 이어 갔으며 통치자들은 자신들을 여전히 상이라고 불렀다는 것도 알게되었습니다. 신화속으로 사라졌던 역사가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1937년까지 10만 여점의 각종 유물들과 문자가 새겨진 뼈조각(갑골문)들을 발굴하였으며 건물터들도 찾아내었습니다만 인구 500백만명의 대도시가 되어버린 현재의 안양에서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옛 상나라 문명의 유적들을 찾아내고 발굴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상나라의 수도였던 Yin은 현재의 안양에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인근의 Xiaotun 지역에서는 계단식 단식건물로 되어있는 왕궁과 함께 53채의 큰 건물들의 집터가 발굴되었습니다. 어떤 건물들은 중요한 의식들을 행하던 곳인듯 그 아래에는 전쟁포로인듯한 수백명의 인간제물들이 있는 곳을 발굴하였고 가운데 큰 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커다란 건물들이 세워졌던 터들도 있었으며 대리석 조각들과 목각 조각품 그리고 동으로 만든 호화장식품들이 같이 수장되어 있는 왕의 묘실 들도 발굴하였습니다.
후기 상나라 시대의 모습들
이곳에서 발견된 뼈조각들과 수장품들을 통해서 당시 주민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데 갑골문들은 중국문자의 초기형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어떤 갑골문들은 전해오는 설화들의 역사적인 배경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누에를 길러 옷감을 만들고 쌀이나 수수를 재배했다는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황실이나 귀족들의 주거지들은 크기나 조명, 장식 등이 무척 고급이고 사치스럽다할 정도였지만 일반 서민들의 주거지는 3이나 4미터의 굴을 파고 지붕은 풀로 덮은 후 계단을 만들어 출입하면서 물건들을 저장하는 장소로 사용하는 등 무척 열악하였던 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무덤에서 발견한 수장품 가운데는 동으로 만든 잔들이 많이 있었는데 당시 종교의식이나 사회의식에서 술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곡물을 발효하여 만든 술은 희생제물을 바치는 의식에서 사용하며 제주가 땅에 뿌린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연의 북쪽에 있는 Xibeigang에서 발견된 황실의 무덤에서는 한 무덤에 여러구의 시체가 들어 있었고 몇 개의 부수묘실들이 있었는데 왕이 죽으면 부하들과 종들을 같이 매장하는 풍습이 이미 이때에도 있었음을 알수있습니다. 한 왕이 죽을때마다 500여명 까지도 같이 매장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덤에서는 왕의 시체 옆에 개의 유골들이 있었는데 악령의 침입을 막고 보호하라는 뜻에서 같이 매장한 것이었습니다. 또 어떤 곳에서는 한 중대의 군인들과 말과 수례가 달린 4대의 전차들이 다같이 매장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1974년 발견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의 무덤에 세워진 1만명의 적갈색 진흙으로 만든 실물 크기의 군인상들은 산사람을 같이 매장하던 옛 습관의 한 변형이 아닌가 합니다.
왕의 무덤에서는 부장품이 많이 나왔는데 군인들도 함께 매장한 듯, 사람의 유골이놓여있는 전차나 마차들이 같이 들어있었다.
Xibeigang에서 발견된 황실 무덤에서는 13개의 왕묘가 발견되었습니다. 원래 12왕조가 있었는데 마지막 왕은 참살을 당하여 이곳에 묻히지 못한 것으로 보면 11황제에 2개의 출중한 황비의 묘가 합쳐져서 13개가 되지 않았나 생각들 합니다.
실제로 상의 역사에서 대장부 황후가 있었다는 것이 1976년 발굴에서 나타났습니다. Wuding왕의 배우자인 Fu Hao의 매장지가 약탈당하지 않고 그대로 발굴되었는데 그녀는 왕손들을 낳는 일만이 아니라 직접 왕의 군대를 이끌고 이웃부족이나 나라들을 처부셨다고 합니다. 그녀의 장지에는 16명의 다른사람들이 같이 매장되었으며 대부분이 전리품으로 생각되는 1600여개의 유물들이 들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440여개의 동으로 만든 잔들과 600여점의 보석들 수많은 무기들과 장비들 그리고 희귀한 상아로 만든 보석들이 들어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안양에서는 바퀴 달린 수례를 전쟁할 때나 농사짓고 토기를 만드는데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귀족들의 이동수단 역시 바퀴달린 수례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각품이나 보석 등에 새겨져 있는 유물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상나라의 사람들은 모양을 내는데 무척 민감하고 유행을 탓다는 것입니다. 상류층의 여유있는 장식품들을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안양에서 발견된 많은 유품들 가운데는 분명히 그 지역에서는 만들 수 없는 물건들도 많은 것으로 보아 다른 지역에서 유입한 것으로 생각되며 그에 미루어보아 당시에 이미 남부 지역까지 교역을 하고 있었으리라고 생각되며 당시 화폐로 사용되던 조개껍질이나 구리조각 들이 실제 수장품에서 발견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점에서 상나라에서는 이미 멀리까지 교역을 하고 있었으며 교역로와 교역망이 제법 정비되어 있었고 지방의 나라나 부족들이 귀한 보석류들을 진상품으로 상나라 왕실에 보가지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은으로 천도한 이래 200여년을 번성하였던 상 나라는 폭정을 베풀었던 마지막 임금 주왕이 노예들의 반란으로 분사하자 서쪽 위강 계곡에 있던 서주의 무왕에게 패망하였습니다. 서주가 번성하면서 안양은 쇠락하여 갔고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동주로 옮겨 전성시대를 구가하면서 주 나라가 1000여년을 계속된 사이에 안양은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잊혀져서 전설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던 것입니다.
안양은 기원후(A.D.)1368년 명나라때 재건되었으나 상나라의 옛 터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채 새로운 도시로 발전하였고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중국역사에서 최초의 국가였던 상 나라의 수도가 있던곳으로 확인되었으며 지금은 인구 500만여명의 대 도시로 발전하였습니다.
고대문명을 찾아-고대중국의 상(商)나라 수도 안양 
